"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루미네는 당차게 문밖으로 발을 내디뎠다. 루미네는 빨간 모자를 쓰고 빨간 치마를 입고 있었다. 루미네의 손에는 빵과 약이 들어있는 바구니가 들려있고, 콧노래를 부르며 숲길을 따라 걸었다. 시간이 좀 지난 뒤 숲이 점점 우거지고 그늘이 지자, 숲은 음습한 분위기를 풍겼다.
"왠지 모르게 평소보다 무섭네... 빨리 오빠한테 가야겠다..."
루미네가 걸음을 재촉하려고 할 때, 풀숲이 바스락 거리더니 늑대가 튀어나왔다.
"거기, 빨간 모자야. 너 어디 가니?"
늑대는 청람색눈에 늑대의 귀와 꼬리가 있는 잘생기기보다는 예쁘다는 표현에 가까운 미소년이 서있었다. 늑대는 미소를 지으며 친절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루미네에게 물었다.
"네? 누, 누구세요?"
"나? 나는 보이는 것처럼 늑대지. 이름은 스카라무슈. 그래서, 지금 어디 가는 거야? 궁금한데."
늑대는 눈꼬리를 가늘게 휘며 송곳니가 보이게 웃어 보였다. 루미네는 잠시 망설였다. 오빠가 늑대는 조심해야 한다고 했는데...
" 안 가르쳐줘? 내가 싫은 거야?"
루미네가 망설이는 것을 느끼자, 스카라무슈는 서운하다는 듯이 눈물이 금방이라도 쏟아져 나올 것 같은 얼굴을 했다. 으음... 그래! 이 늑대는... 스카라무슈는 예외로 착한 늑대일 거야! 이렇게 순하고 불쌍한 늑대가 나쁜 늑대일리가 없어! 루미네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늑대에게 말했다.
"나는 루미네야. 나는 지금 오빠네 집에 가고 있어. 우리 오빠가 좀 아파서, 빵이랑 약을 가져다줘야 하거든."
"흐응... 그래? 그런데 선물을 들고 가면 오빠가 더 좋아하지 않을까?"
"응...? 선물?"
"응. 꽃을 꺾어가면 좋지 않을까? 내가 예쁜 꽃밭이 있는 곳을 알아. 따라와 볼래?"
루미네가 생각하기에도 확실히 작은 선물을 들고 가면 오빠가 기뻐할 것 같았다. 하지만 이 늑대를 믿어도 되는 걸까?
"어서. 가자니까?"
스카라무슈가 루미네의 손목을 꽉 잡고 끌어당겼다. 스카라무슈의 푸른 눈은 탐욕으로 차 있었다. 맛있는 음식을 보는 듯이 루미네를 훑고 지나가는 시선. 루미네는 스카라무슈가 처음과 다르게 싸늘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압박감에 짓눌려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스카라무슈에게 손목을 붙잡힌 채 강압적으로 깊은 숲 속으로 끌려갔다.
"자, 여기야. 어때? 예쁘지?"
"아... 응! 정말 예쁘네."
루미네의 눈앞에는 이름 모를 보라색꽃이 피어있는 꽃밭이 펼쳐져 있었다. 스카라무슈의 눈색과 비슷한 색의 꽃들이었는데, 넋을 놓고 바라보게 되는 풍경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스카라무슈가 씩 웃으며 말했다.
"루미네... 여기까지 속아줘서 고마워."
"응?"
스카라무슈는 싸늘하게 미소 지으며 루미네를 꽃밭쪽으로 넘어뜨려 덮쳤다. 루미네가 넘어지며 빨간 모자가 벗겨져서 햇살 같은 금안과 머리카락이 완전히 드러났다. 스카라무슈는 그 모습이 그저 아름답게만 느껴졌다.
"루미네... 정말 순진하구나? 내가 정말 착한 늑대인 줄 알았어?"
스카라무슈가 조소하며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냈다. 스카라무슈의 목울대가 군침을 넘기는지 꿀렁였다.
"자, 잠깐! 살려주세요!"
루미네가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눈으로 말했다.
"아, 루미네. 그건 걱정 안 해도 돼. 나는 네가 생각하는 것 말고 다른 방식으로 널 잡아먹을 거야."
응? 다른 방식? 루미네는 어리둥절한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다른 방식이라면 일단 죽지는 않을 테니 괜찮은 건가...? 루미네는 그렇게 생각했다."다른 방식"으로 스카라무슈에게 잡아먹히기 전까지는.
2편은 19금이어서... 나눠서 올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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